요즘 어딜가나 전시가 호황을 이룬다. 문화예술 중심지인 서울은 물론이고 여느 변방의 지역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습관처럼 열어보는 SNS 상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보고 싶은 전시를 고르기가 곤란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각종 창작지원이나 복지사업 등으로 산정되는 ‘예술인’ 수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표면적 집계를 접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상황과의 괴리가 종종 찾아온다.
산수싸리는 2019년 이후 매년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큐레이터의 영역 전반에 대한 연구와 기획 전시를 실행하고 있다. 그간의 행보로 지역에 대한 명석한 진단을 내린다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겠으나, 다수의 기획자와 작가들을 만나며 우리의 현주소에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예컨대 대학에서 지시적으로 습득한 주제와 방식에 대한 의심으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 창작과 전시를 잇는 사이 과정의 모호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 창작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나눌 기회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 등… 아마 그것은 나이기도 했고 당신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할 광주비평소생프로젝트 «이-음»은 흔히 비평이라는 언어와 형태에 실린 무게를 최대한 덜어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소생의 사전적 의미와 같이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기 보다는 우리에게 없던 것을 스스로 만든다는 의미가 맞겠다. 지난 3개월간 기획자는 완성형 기획이 아닌 물음표를 던지고, 작가는 작품이 아닌 온전히 작가로서 원초적 생각을 듣고 말하여 보았다. 이 전시는 그 과정에서 각자에게 스쳤던 혹은 머무르게 된 것들을 선보인다. 이또한 하나의 결과이기도 하면서 애초 미완성을 위한 시도이자 어쩌면 시작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