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최고 작가의 시나리오≫
전시장을 들어서면 동선을 따라 가지런히 배열된ᅠ
작품들을 마주한다. 그렇게 두어시간 남짓을 공간에ᅠ
머무르다 습관처럼 동선을 거꾸로 헤집어본다.
구태여ᅠ마련된 텍스트 정보들을 무시하고 눈앞의
장면에ᅠ어느 맥락도 없는 상상의 나래를 덧대어 보기도 한다. 화자인 이들이 나에게 무엇을 주고자 했는지는
전혀ᅠ개의치 않는 것처럼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적정한 길이 없는 대화의 해방이자 도처에 널린ᅠ이미지의 강요에 저항하는 작은 시도와 같다.
광주비평소생프로젝트 <이-음>의 일환으로
비평가-창작자간의 교류를ᅠ발판삼아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주제적으로ᅠ동떨어진 작업을
일시적으로 엮어내고자 했다.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만난
4인의 작가는ᅠ관계, 신체, 장소, 환경 등 일상적 소재의
보편성을 뒤집고ᅠ재맥락화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비교적 친절한 방법으로 서두를 여는ᅠ작품들로 하여금
혹자의 참견과 각색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나리오의
촉발과 그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작업의 표면적 요소를 교묘히 얽어낸 이 시나리오의
단서를 찾아가보자.
≪김최고 작가의 시나리오≫는 명확한 경로 혹은
목적지가ᅠ부재하고 혹은 공개되지 않은 채
최소한의 네비게이션을 제공하며ᅠ감상자가 이야기의
주체에 서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는 제 3자인 비평가의
의도적 개입이 창작의 과정에 부여하는ᅠ시너지 효과를
꾀한 <이-음> 프로젝트와도 동일 선상에 있다.
네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전시공간을 기반삼아ᅠ
가상 인물 ‘김최고’ 작가의 시나리오로 엮여있다.
애시당초 독자적 세계관으로부터 비롯된 작업들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이 전시의 플롯(plot) 사이사이
징검다리는ᅠ어떤 상상을 통해 놓여질 것인지,
화자와 독자의 시나리오가 조화 혹은 상충하는ᅠ
이 전시(작품)의 서사는 어떤 완결을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한다.
김민지